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2019년 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11월 27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2018년 6.13 지방선거 직전 청와대의 하명수사가 있었고 이 때문에 자신과 가족이 경찰 수사를 받고 낙선했다는 것이다.

다음날 청와대는 부인했다. 민정수석실에 우편으로 제보가 들어와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밀봉 상태 그대로 경찰청에 이관했다고 했다. 하지만 6일 만에 말을 바꾸었다. 12월 4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이 민정수석실 문 모 행정관에게 제보한 것”이라고 했다. 자체조사 결과라고 덧붙였다. 자체조사결라고? 의심스럽다.

결국 거짓 해명으로 드러났다. 백원우 민정비서관의 지시로 문 모 행정관이 울산으로 내려가 제보자를 만난 것이었다. 제보자는 다름 아닌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의 최측근인 송병기였다. 백원우 비서관과 송병기 사이에 김기현 낙선을 위한 모종의 얘기가 오갔고, 문 행정관은 실무자 자격으로 울산에 내려가 제보 문건을 받아온 것이었다. 이런 제보는 내용이 조작되거나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애초 불손한 의도로 만들어진 문건이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만약 이를 근거로 공권력을 행사했다면 더 심각한 문제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 등이 직무 또는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행력을 행사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청와대 해명과 관련해 재밌는 일화가 있다. 청와대는 초기에 고민정 대변인을 통해 문 행정관과 제보자가 캠핑장에서 우연히 만난 사이라고 해명했는데 알고 보니 그 캠핑장은 송철호 후보 ‘선거캠프’였다. 고 대변인은 캠핑장과 선거캠프도 구별 못 하냐는 여론의 빈축을 샀다.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한 건지 아니면, 누군가의 지시에 의한건지 알 수 없으나, 청와대의 대응 수준치고는 어이가 없었다.

청와대의 거짓 해명은 조국의 해명 방식과 닮았다. 조국은 2019년 8월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로 전달된 후 아내 정경심의 사모펀드 의혹이 제기되자 “지인의 추천으로 투자했다”고 해명했다. 알고 보니 지인은 다름 아닌 5촌 조카였다. 웅동학원 의혹 해명도 마찬가지다. 조국은 수차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얼마 뒤 조국이 웅동중학교 사회과목 교사 채용 시험문제를 직접 제출했고 웅동학원 이사회 임원으로 10년 동안 활동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내 정경심도 웅동중 영어과목 시험문제를 출제했고 웅동학원 이사회 임원으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났다. 청와대와 조국 모두 금세 드러날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핞게 하는 게 너무나 닮았다.

어쨌거나 송병기가 전달한 제보는 청와대에서 재가공되어 경찰청으로 넘어갔다. 재임 중이던 김기현 울산시장 공약은 폐기하고,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후보의 공약은 실현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송병기의 수첩에는 이런 메모가 적혔다.

2017년 10월 10일 서울 지역균형발전귀

단체장 후보 출마시, 공공병원(공약),

산재모(母)병원 ->좌초되면 좋음

2017년 10월 13일

송장관 BH방문 결과(10월12일)

공공병원 대안 수립시까지 산재모 추진 보류

->공공병원 조기 검토 필요

해석하면 이렇다. 송병기는 10월 10일 청와대 인사를 만나 송철호의 공공병원 공약을 실현시키고, 김기현의 산재모병원 공약을 좌초시키는 안을 논의했다. 송철호는 그래도 불안했는지 10월13일 직접 청와대를 찾아간다. 청와대 인근 식당에서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과 장환석 대통령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을 만나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 조사 발표를 자신들이 공약을 수립할 때까지 추진 보류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내용이다.

이날 모의한 것 중 일부는 그대로 실현됐다. 이듬해 6.13 지방선거를 20일 앞두고 기획재정부는 김기현의 공약인 산재모병원의 예비타당성 조사 탈락을 발표했고, 송철호는 TV토론회 등에서 이 점을 내세우며 김기현을 공격했다. 수첩에 산재모병원 “좌초되면 좋음”이라고 표기했던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