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태초 물고기의 후예로 알려져 있다.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류 학자들은 그렇게 추정하고 있다. 빅뱅 이전 우주엔 아무것도 없는 무의 세계였다. 어떤 이유로 한순간에 우주가 탄생하였고, 무한천공의 우주가 탄생하였다. 아인슈타인도 우주 팽창설을 뒷받침하는 학설을 제기하였다. 점점 팽창하여 또 다시 우주는 폭발할 수도 있으리라고. 그 때가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빅뱅이 한 순간에 진행된 것처럼 우주 폭발도 한순가이리라.
46억 년 전 지구엔 아무 생명이 없었지만 산소와 물이 존재하면서부터 미생물이 생겼으리라. 작은 생명은 점점 커져 뇌와 허파를 가진 존재가 되었다. 인간의 몸을 이루는 원소 중에는 인P이 있다. 이 원소는 지구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먼 우주 행성에도 존재한다. 사람이 죽으면 공동묘지 같은데 귀신이라 불리는 것이 바로 인이 스스로 허공에서 발화하여 생기는 현상이다.
아주 오래전 인류의 조상은 지구가 아닌 먼 행성에서 생명이 시작되어 이곳 지구에 정착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람은 죽어 땅에 묻히는 관습은 그래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생명은 모두 땅에서 시작되었고, 땅으로 돌아간다. 썩어 거름이 된 몸은 또 다른 생명의 탄생이 되는 밑거름이 된다.
땅에 관심을 가지고 텃밭을 일군 지 벌써 15년 정도가 되는 거 같다. 산속에 자리하고 있어 싸게 산 땅은 아직도 금맥으로 치면 얼마되지 않지만 내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공간이다. 처음 몇 해 동안은 고구마, 감자, 야채 등을 제법 큰 밭에 농사를 지었고 여름이면 주말마다 방문하여 김매기를 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수확량은 들인 공에 비하면 보잘것없이 허탈하기만 했다. 물론 금전적인 벌이를 위해 농사를 지은 것은 아니었다. 몇 해 동안 그렇게 고생하고 나서 얻은 결론은 자급자족할 만큼만 농사를 짓는 것이었다.
고구마와 감자 농사 모두 먹은 만큼만 가꾸고 있다. 그 사이 시골에 있던 아버지의 유품 트랙터를 논에 가져다 놓고 사고를 치고 말았다. 그냥 시골에 두었으면 큰 형님이 농사일에 요긴하게 썼을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한 일이었다. 오래된 트랙터였지만 아버지가 워낙 관리를 잘 해서 몇 해 동안 고장없이 잘 사용하였다. 하지만 비바람을 맞고 관리를 하지 않아 녹슬어 가는 것이 안쓰러워 논 근처 이웃에 무상대여를 하고 있다.
땅을 파고 씨를 뿌리고 잡초를 뽑다 보면 모든 근심이 사라진다. 아마도 그것은 인간의 생명이 땅에서 시작되어서일 것이다. 특히 새봄에 올라오는 생명은 그야말로 신비 그 자체이다.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땅에서 고개를 쏘옥 내미는 초록의 모습은 탄생의 신비로움이다. 봄이 되면 우선 잡초를 걷어내고 트랙터의 시동을 걸고 쟁기날을 당에 박는다. 그리고 엔진의 힘으로 땅을 갈아엎는다. 바람은 차고 귀가 시리지만 땅에서 시작되는 새봄의 활기를 막을 수는 없다.
밭두렁에서 싹을 틔우는 두릅과 엉게 나무와 나물은 지친 도시의 몸을 해독하는데 제격이다. 고기보다는 야채가 인간의 식성에 맞는 법이다. 김치가 우리 식탁에 빠질 수 없듯이 야채는 결국 땅에서 나서 땅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몸에 맞는 식습관이다.